[신년사]
신년 인사
격동의 2025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한국 현대사가 그러하지 않은 해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만, 2025년 역시 격동의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사 초유의 대통령 구속기소가 이루어진 상황도 놀라운 일입니다만, 그의 비상계엄 실행과 ‘내란 혐의’에도 불구하고, 그를 옹호하고, 심지어 그의 비상계엄 행위마저 정당화시키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난무하는 현실이 더 놀랍습니다. 아마도 이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정의와 정당성은 하찮은 것으로 여겨도 된다는 인식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간 한일 과거사 문제도 정치·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습니다. 그 표면적 정치적 목표는 한미일 공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한미일 공조 복원을 부르짖는 정치세력들이 말하는 한미일 공조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모호합니다. 나아가 그들이 정적으로 여기는 야당의 정책이 한미일 공조 파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도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다분히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엔 ‘정치 실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는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모든 사회적 쟁점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 하거나, 객관적인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든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는 모습이 두 주장 사이의 가운데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기반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논쟁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역사가의 역할이 중요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고 논쟁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가의 사회적 임무와 역할이 되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2019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6년 간의 ‘인문사회연구소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올해 8월 말이면 연구 기간이 완료됩니다. 6년에 걸친 연구 사업의 성과는 바로 그러한 역사가의 역할을 학술적으로 제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주로 일본의 교과서 문제를 중심으로 두 나라 간의 역사 인식의 충돌 지점을 살폈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는 두 나라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도 심층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더불어 중국과의 역사 갈등도 살펴보고, 서양의 사례를 통해 대안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은 그 6년간의 연구성과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준비하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총괄하고 마무리하는 토론회를 조직할 예정입니다. 또 새로운 과제를 향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우리 연구소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역사 갈등 문제에 있어서 어느 정도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확장하고 응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격동적일 2025년, 우리 연구소도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 그리고 따끔한 질책도 주저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31일
(사)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 이신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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