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식지 Vol. 4(2023. 9.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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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eace Briefing]
간토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주년 희생자 추도대회 참가기
고은서(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활동가)
* 올해는 간토대지진 100주년이 되는 해로서, 한일 양국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희생자를 기리고 일본정부의 책임을 묻는 행사가 많이 열렸습니다. 아래의 글은 도쿄에서 열린 추도대회에 참가한 고은서님의 참관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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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간토대지진 대학살 100년 추도 대회 중 한국의 개막공연 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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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토요일 일본 아라카와 강변에서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추도행사에 참여했다. 1923년 간토대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으며 일본 국민의 분노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의도적으로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그로 인해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되었고, 그렇게 죽어간 이들을 추도하는 자리였다.
추도행사 장소로 가는 길에 추도비를 보고 건립과정을 들었다. 일본인 교사들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셨고, 그들이 자주 모여 논의하던 이자카야 가게의 주인이 10년 넘게 이 사연을 듣고 있다가 가게를 정리하며 터를 매각해주셨다고 한다. 나는 그 일화를 듣고 놀랐다. 재일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 추도비를 세웠다는 점, 그것도 교사들이 주역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뒤이어 추도행사에 참여하면서는 내 생각이 좁았음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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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행사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 혼자 또는 같이 오신 어르신 등 남녀노소 모두 참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국적 또한 다양했다. 나와 같은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정확한 국적은 모르나 서양인, 마지막으로 국적으로는 지위를 잃고 마는 재일조선인까지.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어떤 문제이든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그 생각의 틀 자체를 인과관계적 당사자에 한정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정확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총검에 죽어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조선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조선인 학살을 기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들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나의 좁은 사고의 틀은 추도행사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깨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국적이나 민족을 따지기 전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재일조선인들은 그 수가 적어졌을지라도 여전히 일본에서 살아가고, 지난날 그들의 삶 또한 흔적으로 남았을 수밖에 없다. 일본인 교사가 조선인 학살을 알게 된 계기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분은 아라카와 강이 인공 강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자 강에 대해 알아보다가,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때 간토대지진 당시 있었던 조선인 학살을 알게 된 것이다. 조선인 학살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혐오는 다시 작동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학살을 반성한다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죽임당하는 것도, 나아가 차별당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비 건립의 주역이 교사들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무언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 그 속에 차별과 혐오는 없었을 테다.
그리고 추도행사 자리에는 남녀노소 중에서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정말 많았다. 그분들은 33도 이상의 기온으로 해가 쨍쨍하고 더운 날씨에도 땡볕 가리지 않고 추도행사의 자리를 지키셨다. 청년인 나도 덥고 힘들었는데 저분들은 괜찮으신가 염려될 정도였다. 나는 이번에 처음 이 자리에 함께했는데, 저분들은 얼마나 긴 시간을 그렇게 보내셨을까. 한 번의 경험 또는 배움의 견학 같은 게 아니라 당신 인생의 한 자리에 들어서는 게 가능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내가 찾은 이유는 처음 생각엔 미래세대를 위한 이타심이었고, 좀 더 고민해서 나온 결론은 양심이었다. 조선인이든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그것이 죽음의 당위가 될 순 없다는 이치를 지키는 것을 선택하였기에, 매우 더운 날씨뿐 아니라 조선인 학살을 지우려는 시도들 같은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꿋꿋할 수 있던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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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한국의 교사들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함께하셨다. 그중 한 분이 지나가듯 말씀하셨던 이유가 기억에 남는다. “일본 선생님들도 이렇게 열심인데 우리도 사람 수라도 채워야지!” 재일조선인의 삶이 일본인에게 가닿았고 일본인의 삶이 한국인에게 가닿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위치를 넘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함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의 삶에 닿아 이제는 9월이 되면 관동대학살을 추도하고 아라카와 강변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릴 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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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 학술회의]
동화(同化), 이화(異化)의 공생, 그 다름의 인정
이순용(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원)
지난 9월 8일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에서는 “정전 70주년, 한국전쟁 그 후 동아시아 평화체계”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작년 큐슈한국연구자포럼과 함께 진행한 제1회 학술회의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된 학술회의로서 최근 변화무쌍한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 및 정치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활발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현재 동아시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보고, 그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특히 민족적, 국가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모습을 확인하고, 한일 양국의 시각에서 공통의 문제의식에 기반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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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인사말을 하는 이즈미 카오루 큐슈한국연구자포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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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축사를 하는 모토카네 마사히로 큐슈대 한국연구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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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장기수·북한이탈주민, 다른 이름의 ‘국민’
재일조선인·장기수·북한이탈주민. 이들은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국가와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당하는 사람들이다. 각각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흔들리는 유랑민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다원화된 사회임을 표방한다. 하지만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념, 민족, 인종의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며 살고 있다. 이 학술회의는 식민지시기, 정전 이후 평화라는 이름 속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이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문제점과 지속 가능한 해결 방법을 도모해 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특히 우리 민족은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전쟁과 오랜 냉전의 역사적 아픔을 체험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혈통, 민족, 언어, 문화의 동일성을 강조하지만, 사실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문화적,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남과 북, 한일 간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서로 경계하고, 차별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제1부 발표인 “동북아시아 평화구축에 대한 일본의 입장”(가세다 요시노리), “‘간첩’과 ‘통일일꾼’ 사이 : 장기수 송환 문제의 궤적과 현황”(이세영) 제2부 “북한이탈주민 정책과 전망”(전연숙), “재일조선인과 한국/조선”(오가타 요시히로)의 발표를 통해 그동안 국가 권력과 체제 이념에 의해 단절되고 굴절된 삶을 살아온 민족 구성원들 간의 상호 이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나아가 한민족의 다국가적, 다문화적 현실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보편적 국민’으로써 이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하지만 학교 교육 및 사회적 교육을 통해 여전히 민족과 국가를 강조하는 교육과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고, 이를 쉽게 극복해 내기는 여전히 쉬운일이 아니다. ‘민족=국민’을 동일시하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배척하고 인위적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사할린 이주자, 고려인, 조선족 등에 대한 이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를 만들고 ‘공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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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첫번째 발표자인 가세다 요시노리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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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첫번째 발표의 토론자인 길윤형 한겨레신문 국제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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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두번째 발표의 토론을 맡은 키무라 타카시 후쿠오카여자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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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평화’와 ‘공존’의 도모
“동북아시아 평화구축에 대한 일본의 입장”(가세다 요시노리)이라는 발표문과 그에 대한 “동북아시아 평화구축에 대한 한국 진보의 입장”(길윤형)이라는 토론문을 통해 현재 한일 양국의 안보 및 정책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의 경우 안보의 불안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일, 한중일 관계에서도 중견국가의 포지션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정세 변화에 따른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와 논의가 중요하지만, 나아가 일반적으로 비핵화 문제와 남북협력을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하려는 ‘평화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화’와 ‘공존’의 자세로 다가서는 것이 선행될 때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분단과 냉전 이후 이념적, 정치적 혼돈속에 위치한 장기수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간첩’과 ‘통일일꾼’ 사이 : 장기수 송환 문제의 궤적과 현황”(이세영)). 장기수란 용어는 앞서 언급한 재일조선인, 북한이탈주민들 보다 요즘 세대에게는 더욱 생경한 단어일 것이다. 분단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한민족 두 개의 이념이 만들어 낸 이들이 그들이다. 비전향장기수의 경우 단순히 분단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그들의 생존권 및 인권에 대한 피해는 크다. 오늘날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한국 사회의 왜곡된 시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과 전망”(전연숙)의 발표를 통해서는 현장 경험과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탈북과정, 정체성 혼란 문제, 정부의 지원정책 등 남한사회에 새롭게 유입된 북한이탈주민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루어 주었다. 이 두 개의 발표를 통해 북송 희망 북한이탈주민, 억류된 국군포로 등 남북관계 및 북한인권 정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궁긍적으로 탈북자 정책은 민족적 관점·다문화주의적 관점을 융합해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탈북자와 이민자에 대한 한국민의 이해와 포용성을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즉 재일조선인, 장기수,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첫째,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경험에 기인하는 이질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민’으로서의 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는 집단이다. 둘째, 이주라는 공간적 측면에서 잠재적 위협 대상, 사회적 소수집단, 경제적 취약집단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들에 관한 논의는 실체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같은 한인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정체성 문제 및 정책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공통 목표의 설정, 실현 가능한 정책 제안, 남북 및 한일관계의 상호협력 인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지속적이고 해결 가능한 대안을 함께 마련해 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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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번째 발표를 맡은 전연숙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제주지역적응센터 센터장과 토론자 사사키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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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번째 발표자인 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준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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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번째 발표의 토론을 맡은 한혜인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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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로 285]
인문사회연구소 2단계 2년차 사업 개시
본 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 2단계 1년차 심사를 통과하고, 9월 1일부터 2단계 2년차 사업을 개시하였습니다.
2단계 2년차에서는 수시과제로 "2024년 채택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분석과 대응" 및 2023~2024년 발행 중국 역사교과서 분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단계 2년차 일반과제 주제는 "국내외 역사갈등 해소를 향한 역사대화"로서, 갈등 관리라는 측면에서 '역사대화'의 구성방안을 밝히고자 합니다. 세부주제로 보면, ① 국내외 역사대화의 성과와 과제를 점거하기 위해 한중일간 역사대화의 ‘과정’과 프랑스-알제리간 역사갈등 해소 노력, ②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국경을 초월한 지역 차원의 교류 활동과 청소년역사체험캠프를 새로운 역사대화의 장으로 해석, ③ 역사인식의 현장으로서 중국의 과거사 청산 과정과 방식, 탈북자 대상의 한국사교육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잠재되어 있는 역사갈등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사대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연구소 역량을 강화하여, 아시아 평화를 위한 역사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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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예고]
제21회 동아시아 역사인식과 평화포럼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은 ‘다시 아시아 평화를 묻다’라는 주제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과 식민지 지배 청산운동을 되돌아 보고 동아시아의 환경교육과, 한중일 청소년의 상호 인식을 논의하려 합니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립, 급속한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모두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에서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 개요
○ 일 시 : 2023년 11월 4일(토) ~ 11월 5일(일)/11월 6일(답사진행 예정)
○ 장 소 : 한국 부산대학교 본관 3층 대회의실
○ 전체주제: '다시 아시아 평화를 묻다'
□ 일정
○ 4일(토)
개회 인사, 기조 보고
제1 세션 “한국전쟁 정전 70주년과 동아시아 평화”
제2 세션 “전쟁과 식민지배 청산 운동의 현황과 과제”
○ 5일(일)
제3 세션 “환경교육과 시민사회”
제4 세션 “한중일 교실에서 본 청소년의 상호인식”
폐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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