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식지 Vol. 5(2023. 11.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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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포럼 공동선언문]
전쟁을 즉시 중단하고 평화를 실현하라!
전쟁의 먹구름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면전으로 번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벌써 1년 8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상자는 50만 명에 이르고, 2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음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장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11월 1일 현재, 팔레스타인 어린이 사망자만 3700여 명에 이른다. 여성 사망자도 2천 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에서는 병원이 폭격을 당하고,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정도로 매일 폭격이 이어진다.
유엔총회는 지난 10월 27일 요르단이 제출한 결의안을 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로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결의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집트, 튀르키예 등 아랍권의 주요 국가들과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싱가포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아시아 국가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서방 국가들 일부가 찬성표를 던졌다. 또 다른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는 찬성표를 우크라이나는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과 일본은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 영국, 네덜란드 등과 함께 기권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그 지원국인 미국은 결의에 반대했다. 유엔의 결의안은 가자의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국가들은 하마스의 테러공격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국가들은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억울한 죽음보다는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명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엔총회 결의안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한국과 일본 정부가 전쟁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 두 정부는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도 이념과 명분을 먼저 내세우는 것은 아닐지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전쟁 발발 위험이 높다고 여기는 양안 사이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양안 사이의 전쟁 위험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휴전 결의안에 대해 기권한 것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전쟁과 식민지배의 피해국 한국과 침략과 식민지배 가해국 일본이, 어떻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전쟁을 경험했음에도 전쟁의 위험에 무감각한 한국, 과거 침략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며, 핵폭탄의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의 모습은 전쟁의 참화를 막기보다는 국가의 이익과 정권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오랜 역사 경험을 통해서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19의 위협 중에도 다시 만나 평화를 논의하는 오늘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는 식민과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는 과거를 직시할 때만이 평화를 논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오늘 동아시아 평화를 갈망하며 한 자리에 모인 우리는 전쟁 중단을 위한 동아시아 시민연대를 통해 행동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 동시에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하나. 모든 국가는 유럽과 중동의 전장에 살상무기 공급을 중단하라.
하나. 모든 국가는 모든 전쟁을 그만둘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라.
하나. 동아시아의 전쟁을 막을 수 있도록 동아시아 각 국간 대화를 즉각 개시하라.
하나. 한일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통해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라.
2023년 11월 5일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평화포럼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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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포럼]
제21회 동아시아 역사인식과 평화포럼 부산에서 성대하게 개최
코로나 이후 4년만에 현장에서 다시 모였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의 평화를 바라는 학자, 활동가, 민주시민들은 11월 4일 부산의 부산대학교에 모여 세계 전쟁의 예감이 고조되어 가는 지금 다시 아시아의 평화를 치열하게 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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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제21회 평화포럼이 개최된 부산대학교 전경(by 이인석). 시월 광장은 부마항쟁의 발상지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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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오전 9시 30분 한중일 3국 대표의 개회사와 함께 평화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대표 이인석, 중국은 사회과학문헌출판사 사장 지샹뎌, 일본은 평화포럼 일본실행위원회 공동대표 카사하라 토쿠시가 각각 개회사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전충환 부산대 대외협력부총장의 환영사가 이어졌습니다. 인사와 환영사를 마친 후 3국의 참가자들은 단상에 다같이 모여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음을 기뻐하며 기념촬영을 가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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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개회중인 지샹뎌 사회과학문헌출판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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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개회중인 카사하라 토쿠시 일본 실행위원회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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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부산에 온 것을 환영하는 전충환 부산대 대외협력 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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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에 이어 '다시 아시아 평화를 묻다'는 제하의 기조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일본측에서는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의 원점에서 서서'라는 주제로 고지야 요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넷 21 사무국 차장의 보고가 있었으며, 중국측은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역사 자각을 논함'이라는 제하로 쉬즈민 중국사회과학 역사이론연구소 연구원의 논설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측에서는 본연구소 이사장인 강창일 대사의 '다시 아시아 평화를 묻다-직면하자!'라는 기조보고가 있었는데, 강창일 이사장님의 건강 사정으로 녹화영상으로 대체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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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중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연이틀 애써주신 통역사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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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전 일정을 소화한 후 오후에 1시부터 본격적인 세션 발표에 들어갔습니다. 제1세션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과 동아시아 평화'라는 주제하에 중국에서는 장셩 남징대학역사학부 교수가, 일본에서는 후세 유진 저널리스트가, 한국에서는 서재정 일본국제기독대학교 교수가 각각 발표하였습니다. 사회는 부산대학교 통일한국연구원 오미일 교수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토론은 줘슈앙원 화남사범대학 역사문화대학 교수, 하바 쿠미코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명예교수(스즈키 도시오 어린이와교과서 전국넷 21 사무국장 대독),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이 각각 맡아주셨습니다.
- 세부주제
장셩 ''류큐처분'으로 본 일본.미국의 게임 방법'
후세 유진 '한국전쟁 종식에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로'
서재정 '정전 70년, 위기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선제타격' 독트린의 득세와 전쟁의 가능성'
제2세션에서는 '전쟁과 식민지배 청산운동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한국측에서는 임재성 변호사가, 중국에서는 왕시량 흑룡강성사회과학원역사연구소 연구원이, 그리고 일본에서는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가토 나오키가 각각 발표를 하였습니다. 사회는 우이숑 중산대학 역사학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토론은 한혜인 연구위원, 장량친 남징대학 역사학부 교수,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측에서 담당하셨습니다.
- 세부주제
임재성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 일제시기 강제동원과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과 그 판결에 대한 사회적 반응'
왕시량 ''집단 부락'과 생태 재난: 일본 괴뢰가 동북을 통치하던 시기의 악락할 '치본' 계책'
가토 나오키 '1923년 9월 '조선인.중국인 학살'과, 2023년 9월의 '갈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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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일)에는 제3세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3세션은 '환경교육과 시민사회'라는 주제로 일본측은 이와키시민소송원고단 이토 타츠야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한 발표가 있었으며, 중국은 중산대 역사학과 교수 두리홍이, 한국에서는 경기 화홍고 이경훈 선생님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사회는 이세영 연구위원이 맡았으며, 토론에는 신고교 평화운동 추진위원 고지마 가츠스케,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볜슈위에 연구원, 수원 능실중학교 천장수 선생님(온라인)이 수고하셨습니다.
- 세부주제
이토 타츠야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두리홍 '도시위생과 중국 환경교육의 기원'
이경훈 '2022개정 역사과 교육과정과 생태시민사회 형성'
제4세션에서는 '한중일 교실에서 본 청소년 상호인식'이라는 주제로 붕국은 베이징 광취먼중학교 리후이후이 특급교사가, 일본은 역사교육자협의회 모토와코 초등학교 후지타 야스로 교원이, 한국은 광명 하안북중학교 문순창 선생님이 각각 발표하였습니다. 사회는 시바타 타케시 평화포럼 일본 실행위원이 맡았고, 토론에는 수도사범대학 역사학부 스꾸이팡 교수, 역사교육자협의회 히라노 노보루, 부산 부경고 정연두 선생님이 각각 수고해주셨습니다.
- 세부주제
리후이후이 '현대 중국 청소년의 일본과 한국의 역사문화 인식에 대한 조사 및 분석'
후지타 야스로 '그림책 "꽃할머니"에서 생각한 일본군'위안부'문제'
문순창 '교실에서 함께 만드는 수업 서사, '동아시아 평화''
이렇게 모든 세션을 마친 평화포럼은 일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넷 21 스즈키 도시오 사무국장, 중산대학 역사학과 자오리빈 교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이신철 운영위원장의 폐회사를 끝으로 내년 제22회 평화포럼은 중국 창사에서 가질 것을 기약하였습니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식민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 환경과 생태, 교육 문제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함께 고민한 참가자들은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실현하는 것만이 우리의 나갈 길임을 다시 확인하고 그 뜻을 3국의 공동선언으로 승화시켰습니다. 1년 후 창사에서 다시 모일 때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에 조금이라도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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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폐회식 기념촬영 gif(by 조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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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포럼 기사 링크]
제21회 동아시아 역사인식과 평화포럼에 관한 언론사 보도 링크 모음입니다.
연합뉴스, “한중일 학계·시민사회 부산서 모여 아시아 평화를 묻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102051400051?input=1179m
뉴스1,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부산대서 4∼5일 개최”
https://www.news1.kr/articles/5218624
베리타스 알파, “부산대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부산대회' 개최”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79221
한국강사신문, “부산대학교,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부산대회」 개최”
https://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189
CNB 뉴스, “한·중·일 연대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부산대회' 개최”
https://www.cnbnews.com/news/article.html?no=626941
이뉴스투데이, “부산대서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개최”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3222
부산일보, “부산대서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개최”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110216103539059
내일신문, “한중일 학계·시민사회 동아시아 평화포럼 개최”
https://www.naeil.com/news_view/?id_art=478236
국제신문, “한·중·일 학계·시민사회 모여…다시 아시아 평화를 묻다「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부산대회」개최”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31102.99099000543
INDI FOCUS, “한·중·일 학계·시민사회 모여…다시 아시아 평화를 묻다「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부산대회」 개최”
http://www.indifocus.kr/5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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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포럼 답사기]
가덕도, 아미문화마을, 부산시민공원을 답사하며 가졌던 고민
이태준
제2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이 11월 4일부터 5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세계는 폭력과 살상의 포연에 휩싸였다. 20세기 식민지와 냉전을 겪고 오늘날 신냉전이 초래하는 불안과 위기에 놓인 한·중·일 참가자들은 역사 갈등을 다시 마주하며 ‘평범한 진리’인 ‘평화’를 모색할 것을 결의하였다. 11월 6일 부산지역 필드워크는 역사 현장 방문을 통해 전쟁의 상처와 마주하고 다시금 평화를 향한 실천적 고민을 남겨주었다.
- 가덕도 일본군 주둔지
첫 번째 필드워크 답사지는 ‘가덕도’였다. 일찍이 부산은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왕래하는 관부연락선이 개통되었다. 조-일을 이어주는 뱃길을 통해 제국주의 자본이 유입되고, 식민지 수탈이 이뤄졌다. 새로운 꿈을 찾아 배에 오른 이가 있었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미래를 빼앗긴 세계로 끌려가기도 했다.
가덕도의 운명도 식민지를 피해갈 수 없었다. 1904년 일본은 러일전쟁을 수행하며 가덕도에 진해만요새사령부를 편성하고 포대진지를 구축했다. (진해만요새사령부는 1909년 마산을 거쳐 진해-1913.12~1941.8-로 이전하였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부산항은 본격적인 군사수송 역할을 하였고, 가덕도 연결된 여러 섬에 포대를 설치하여 부산 전역을 요새화하였다. 1945년 8월 패전한 일본은 스스로 구축했던 군사기지를 폭파하였는데, 가덕도 외양포 일대는 일본군사령부 터와 탄약고, 막사, 우물 등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
일본군 진지는 가덕도는 물론이고 부산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 ‘사령부발상지지’라는 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본격적인 대륙침략을 앞둔 1936년 6월에 세워진 이 비석은 1905년 승리한 전쟁과 그로부터 시작된 식민지 개척에 대한 제국주의의 향수를 불러온다. 엄호 막사 안에는 더 이상 군사무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아궁이와 온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군사무기가 나간 자리에 본래의 주인처럼 삶을 개척했다는 증거였다.
가덕도에 일본군이 남겨놓은 군용지가 ‘적산’으로 분류되면서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왔다. 국가는 사용권 추첨을 통해 일본군의 막사(거주지)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였다. 주민들은 골조 유지를 조건으로 입주하였기에 가옥의 형태를 변형할 수 없었지만, 지붕에 변화를 주며 공간에 자신만의 색을 입혔다.
고즈넉한 분위가가 감도는 가덕도는 최근 신공항 건설 논의로 인해 정국의 핵으로 부상되었다. 공동체의 건설적 논의보다 중앙정치와 자본의 결정이 우선되었다. 새소리, 파도소리로 채워진 섬에 외지인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불청객일 테다. 삶을 영위했던 공동체도, 생태도, 그리고 역사의 현장마저도 위태롭게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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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문화(비석)마을
아미문화마을은 이번 답사에서 묘한 긴장과 고민을 안겨준 곳이었다. 아미동은 식민지 시기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던 곳이었다. 해방 5년 만에 치러진 전쟁에서 부산은 피난민들로 가득 찼다. 부산의 산기슭까지 피난민들의 거주지가 세워졌다. 피난민들은 일본인들의 무덤위에까지 집을 짓기 시작했다. 식민지시기 일본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가 전쟁 시기 생존의 터로 뒤바뀌며 아미동 비석마을이 탄생했다.
아찔한 경사에 좁은 길목을 따라 다닥다닥 지어진 집, 그리고 그 집의 주춧돌로 놓여있는 ‘일본인’ 망자의 비석을 보는 일은 해석의 곤욕스러움을 낳았다. 이곳을 걷는 우리는 전쟁통에서 망령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서라도 살고자했던 한국인의 억척스러움을 찬양해야할까, 아니면 고국이 아닌 타지에서 마지막 누운 장소마저 잃은 일본인에게 미안함을 가져야할까. 식민지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 곤욕스러움이야말로 인간이기에 갖는 고뇌일까.
현재 아미동 비석마을은 부산시의 첫 번째 등록문화재가 되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 중에 있다. 문화란 삶과 사회의 새로운 양식을 구성하는 작업이라면, 죽음(공동묘지)과 생존(비석마을)을 뛰어넘는 아미문화마을의 작업은 무엇일까. 아미동 주변 사찰인 대성사에서 해마다 ‘백중날(음력 7월 15일)’에 위령제를 지내주고 있다. 애도야말로 국가주의적 역사인식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시민 공동체를 열어나갈 강력한 주문일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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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민공원
부산진구 범전동과 연지동에 걸쳐있는 부산시민공원은 식민지 시기 일본군의 병참기지였고, 해방 이후 주둔한 미군에 의해 그대로 군사기지(캠프 하야리아)로 사용되었다. 기지 내에는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학교와 영화관 등 문화·교육 시설이 지어졌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열기는 부산 지역 내 기지반환 운동으로 이어졌다. 운동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일본인들과 공동으로 미군기지 철거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2006년 8월 공식적으로 기지 폐쇄가 결정되었지만, 미군기지 내 오염 문제 등 잇따라 해결해야할 문제가 터져 나왔다.
부산시는 2011년 국방부로부터 부지를 매입하여 시민공원을 조성하였다. 공원은 미군이 사용했던 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아쉬운 점은 식민과 냉전의 폭력이 스쳐간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건물만 보존’될 뿐, 역사적 상처로부터 고민해야 할 교훈 등을 나누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구 미군의 장교클럽이자 현재 역사관으로 사용되는 건물 천장에는 ‘욱일기’가 그대로 방치된 채 개장되었다. 이에 논란이 일자, 부산시는 ‘건물 보존’을 이유를 들며 ‘미군이 성조기의 붉은 줄무늬를 형상화 한 것’이라며 ‘욱일기와 다르다’고 해명하다가 결국 천장을 가려버리는 방식을 취했다. 욱일기는 안되고, 성조기는 괜찮다는 부산시의 인식은 식민과 포스트 식민 이후 계속 작동되었던 군사주의에 대한 성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운동은 역사적 상처를 ‘시민공원’으로 덮어버리고 역사적 단절을 위해 전개한 것이 아니었다. 시민의 힘으로 역사적 상처를 해석하며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일이었을 테다. 미군기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넘어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무기와 군대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확인하고,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시민연대를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군사주의 작동에 대한 비판 없이 욱일기냐 이니냐의의 논쟁도 문제적이지만, 역사와 관련된 사안이 ‘논란’이 되는 순간 가리고 지우면 된다는 인식도 더더욱 문제적이다. 욱일기이든, 성조기이든,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일이 과연 평화를 위한 일이었는지 질문을 통해 여전히 국가적 갈등에 군과 전쟁부터 앞세운 세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할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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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로 285]
인문사회연구소 공동연구원 변경
지난 4년간 공동연구원으로 함께 애써주신 김육훈 선생님께서 여러 사정으로 함께 하시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노고에 감사 말씀 올립니다. 김육훈 선생님의 뒤를 이어서 강화정 서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님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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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로 285]
제7회 정책포럼 개최
11월 15일 저녁 6시, 본연구소에서는 유의상 전 국제표기명칭대사를 초빙하여 제7회 정책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포럼 주제는 [동해 명칭.표기 문제]로서, 유의상 대사는 이 문제를 전담하여 5년간 외교 일선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번 포럼은 한일 간에 독도와는 다른 의미에서 긴장을 빚고 있는 지도의 동해 명칭.표기 문제와 관련하여 그간 한국 정부의 노력과 성과, 한계 등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본 행사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비공개로 진행하였으며, 추후 정책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에 해당 안건에 관한 정책 제안 보고서를 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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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동정]
은정태 연구위원 모친상
본 연구소 은정태 연구위원의 모친께서 지난 11월 8일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은정태 연구위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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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apnhi@daum.net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285 3층. 02-720-4639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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